


요즘 같은 계절에는 알레르기비염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진다. 꽃가루, 미세먼지, 황사 등 알레르기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더욱 늘어나는 탓이다. 알레르기비염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장기적 합병증을 막으려면 원인 항원을 피하며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.

글 정희진(약제팀 약사)
봄과 함께 찾아오는 질환, 비염
추운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매일 다르게 따뜻해지고 있습니다. 전 추운 걸 싫어해서 이런 변화를 환영하는 편이지만, 봄이 오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. 제 친구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데, 이맘때 형형색색 피는 꽃에 홀리는 주위 사람들과 달리 그 친구는 진저리를 치며 코에 휴지를 달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.
비염은 어떤 원인으로 콧물, 재채기, 간지러움, 코막힘 등의 증상이 생기는 질환인데, 이 중 코점막이 원인 항원에 노출되어 염증이 생기는 걸 알레르기비염이라고 합니다. 알레르기비염은 원인 항원이 존재하는 시기에 따라 통년성, 계절성으로 나눕니다. 통년성은 집 먼지처럼 1년 내내 발생할 수 있는 항원이 원인이지만, 계절성 알레르기비염의 항원은 특정 시기에 발생합니다.
대부분의 알레르기비염 환자는 증상 개선을 위해 회피요법과 약물요법이 둘 다 필요합니다. 사용 약물은 경구나 비강 분무 항히스타민제와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제, 비충혈제거제, 비만세포안정제,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, 항콜린제가 있습니다.
알레르기비염은 증상과 심각도에 따라 단계적 치료 순서를 적용하고 2~4주 정도 치료 반응을 본 후 치료 과정을 결정합니다. 알레르기비염 치료약물 중에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약이 다양하고 점점 더 많아지므로 환자 스스로 약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.
알레르기비염 약 복용 시 주의할 점 3가지
① 콧물, 재채기, 두드러기 등을 가라앉힐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는 개발시기에 따라 1세대와 2세대로 나눕니다. 일반 약으로 쓰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클로르페니라민(Chlorpheniramine), 트리프롤리딘(Triprolidine), 디펜히드라민(Diphenhydramine)이고, 2세대는 세티리진(Cetirizine), 로라타딘(Loratadine), 펙소페나딘(Fexofenadine)입니다.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서 하루에 3~4번 복용해야 하며, 졸음이나 입 마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.
‘알레르기 약을 먹으면 졸리다’ ‘콧물약을 먹으면 졸리다’라는 말이 바로 이 1세대 항히스타민제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. 반대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러한 부작용이 적게 나타나고 약효 지속 시간이 길어서 하루에 1~2번 복용합니다.
술을 마시면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고, 입 마름, 변비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물을 충분히 마시거나 껌을 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. 수면제나 안정제, 항우울제 등도 이러한 부작용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니 약을 복용 중이라면 상담이 필요합니다. 특히 노인에게는 어지럼증, 배뇨장애 등도 나타날 수 있으니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환자라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. 만약 알레르기 피부검사를 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항히스타민제가 검사 결과를 부정확하게 할 수 있으니 검사 4일 전 복용을 중단해야 합니다.
항히스타민제는 먹는 형태뿐 아니라 코안에 뿌릴 수 있는 비강 분무 형태도 있는데 쓴맛 때문에 불편해하기도 합니다.
② 비강 분무 형태로 된 약에는 스테로이드도 있습니다.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중증, 중증도일 때 항히스타민제로 조절되지 않으면 사용합니다. 효과가 우수하며 먹는 스테로이드에 비해 부작용이 아주 적습니다. 하지만 치료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, 사람에 따라 2~3주 정도 후에 나타나기도 하므로 인내가 필요합니다. 코안에 뿌리는 약을 쓸 때는 먼저 코를 풀어 코안을 깨끗이 하고, 약을 고루 흔들어서 잘 섞이게 합니다. 새것을 처음 사용할 때나 오랜만에 사용할 때는 우선 허공에 몇 번 뿌리는 것이 좋습니다.
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이고, 약통 입구를 한쪽 콧구멍 안에 넣고 나머지 콧구멍은 손으로 막습니다. 약을 뿌리는 동시에 숨을 들이마셔야 하는데, 이때 약통 입구가 코 가운데 뼈를 향한 채 뿌리면 점막을 자극해서 코피가 날 수 있으니 꼭 콧방울 쪽으로 뿌려야 합니다. 저는 왼쪽 콧구멍에는 오른손으로, 오른쪽 콧구멍에는 왼손으로 약통을 잡고 뿌리니 편했습니다. 코에서 약통을 빼고 나서는 약액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몇 번 훌쩍거려주고, 약통 입구를 휴지 등으로 깨끗하게 닦고 뚜껑을 덮어 보관해야 합니다.
③ 항히스타민제는 코막힘에는 효과가 없는데, 이때 필요한 것이 비충혈제거제입니다. 슈도에페드린(Pseudoephedrine), 페닐에프린(Phenylephrine)이 이에 속하는데, 코점막의 혈관들이 부풀어 코가 꽉 막힌 상태에서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류를 감소시켜 코막힘을 없앱니다. 종합감기약 중에 비충혈제거제가 많이 든 제품 이름에 ‘노즈’나 ‘코’가 많이 들어갑니다. 코막힘증상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작명 센스죠. 먹는 약과 코에 뿌리는 분무제가 있는데, 경구제는 분무제보다 효과가 빠르지는 않지만, 효과가 더 오래가며 국소 자극이 덜합니다. 분무제는 오래 사용하면 혈관이 수축했다가 반동성으로 확장되어 지속적인 비충혈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. 이것을 약물 유발성 비염이라 하는데, 사람에 따라 분무제를 몇 주씩 써도 괜찮기도 하지만 보통 3일 이상 연속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.
만약 약물 유발성 비염이 발생했다면, 원인인 분무 비충혈제거제를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사용을 줄이거나 바로 중단해볼 수 있습니다. 바로 중단한다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비충혈 증상을 참아야 하므로 분무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, 그 또한 효과가 나타나려면 며칠이 걸릴 수 있습니다.
알레르기비염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장기적 합병증을 막으려면 원인 항원을 피하며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. 특히 종합감기약에는 알레르기 약 성분들이 섞여 있어 같은 약을 중복으로 쓰게 될 수 있으니 상비약을 준비하거나 복용 전에 꼭 주의해서 살펴주세요.